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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7 좀 뛴 창수씨
    이야기 2020. 4. 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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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아침부터 뭔가 새롭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 새벽 2시반 잠들기 전. 알람시계를 봤는데 4시간 반도 잘 수 없었다는 걸 알았을때. 자야하지만 머리는 계획을 세웠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그렇게 될수 있는 방법. 버스가 세대씩이나 연달아 지나가는 것을 휴대폰으로 구경할 수 밖에 없었던 아침과 늦게나마 와준 한대의 버스에서 자면서 생각 했던 것, 유난히 할게 많아서 정신 없었던 오늘의 근무, 그리고 좋지 않았던 속. 하루에 두잔 넘게 마시던 커피와 바람에 유난히도 많이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 버스를 타고 오면서도 다짐했다 오늘은 꼭 11시 전에 자기로. 지금 시간은 11:58 PM 멍때리며 10시까지 피자를 먹으며 보던 유튜브와 팔굽혀펴기 5번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회사에서 눈에 띄었던 조깅에 대한 짧은 기사, 운동에 대한 짧은 기사가 생각나 오래전 친구가 우리집에 두고간 저런걸 어떻게 입나 싶은 후드티를 입고 추울까봐 겉옷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채 뛰기 시작했다. 매번 느끼지만 뛰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인다. 다들 느릿느릿 걷고 있는 사이에 혼자 털레털레 뛰기 시작하는 건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뛰는 사람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한 곳이 생각났다. 여기서 살기 시작한지 1년 반만에 나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그곳으로 걸으며 뛰어갔다.

      도착하자 마자 집에 가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뛴게 버스잡을때, 담배피다 뭔가 해결방법이 생각났을 때 밖에 없었고 다른때는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쭈뼛거리며 걸어다니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 몇번 잡아보다 지나가며 뛰어가는 사람이 있어, 무작정 그 사람뒤를 쫓아 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몸이 가벼웠지만 깔창이 얇은 신발과,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쓰고 뛰어가는건 쉽지 않다. 세상은 요동치듯 움직였고 바닥은 딱딱하고 숨쉬기 힘들다. 포기할까 세번정도 생각하고 끝끝내 뛰어가는 데 그 사람은 내가 생각한 것도 다른 방향으로 뛰어갔고 나는 한바퀴가 목표였기 때문에 그 사람과 반대방향으로 뛰다가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 순간 깨달았다. 나는 지난 1년간 이렇게 뛴 적이 있었을까. 몸의 상태는 흡사 전날 야근해서 짜증나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자고 수면 부족과 지각한 상태로 야외흡연실에서 담배를 피고계시는 이사님을 만난 상태, 심신미약 상태. 내몸의 제어권을 잃고 몸에 힘이 빠지고 겉은 차갑고 속은 뜨거운, 마치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잠시 바람쐬러 나간 내 몸처럼. 바닥에 드러눕고 싶어졌고 천천히 걷다 가까운 벤치를 향해 내몸을 끊임없이 달래며 걸었다. 벤치에 쓰러지고 마스크도, 모자도 벗지 못하고 나는 가쁜 숨만 내쉬었다. 오랜만에 저혈압과 빈혈을 동시에 맛보는 것 같은 기분, 한쪽에만 김이 서려있는 안경, 흐릿하게 보이는 하늘, 이대로 잠들거나,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생각, 눈 감으며 기절할것 같기도 하고 옛날 열심히 뛰어다니던 내가 생각나기도 했고, 내 뇌와 폐는 담배연기가 아닌 시원한 공기를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날에 마셔온 커피를 모두 토해내고 깨끗한 물로만 채우고 싶은 느낌도 들었다. 한동안 담배와 커피를 멀리해야겠다. 도대체 이 땀을 얼마만에 흘려보는 건지 싶기도 하고 더워서, 아님 스트레스 받아서 흘린 땀, 식은 땀 이외의 땀을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게 흘렸던 혼자 있는 수영장에서 물속에 있으면서도 땀을 흘리는 그 날아갈 듯한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운동 시작하기 전에 켜 놓았던, 공원으로 가기도 전에 켜놓았던 스탑와치를 보니 15분이 지나있었다.

      심장소리는 잠잠해졌으나, 이내 집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것인지 앞이 깜깜해졌다. 열심히 걷다 뛰고 벤치를 향해 걸었다. 첫번째 벤치에서는 쉬었고 두번째 벤치에서도 쉬었으며 세번째 벤치에서는 쉬었지만 곧 일어나 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담배 한모금 빨면서 글을 쓰고 있다. 오늘도 6시에 일어나긴 글렀다.

    달리면서 생각했던 것이 하나더 있다. 어릴때의 나, 나에게는 어릴때의 나라는 존재는 지금보다 뛰어나고 순수한, 현재의 나의 우상이다. 그 슬프면서도 대단한 방어기제들, 지금의 나는 적어도 그때보단 하고싶은 것을 할수 있으니깐. 점점 그때의 나보다는 퇴화하고 있는 퇴화인간이지만, 이제 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나빠지겠지만, 그것과 맞서 싸우며 이겨내야 하는 것이 지금의 나로써는 최선인 것을. 어릴때의 나야. 있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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